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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용 칼럼] 현대차의 고민, 벨로스터보다 더 많이 팔린 벨로스터 N

모터그래프 로고: MotorGraph 모터그래프 2018.09.04. 17:11 전승용

BMW에서 3시리즈보다 M3가 더 많이 팔린다는 상상을 해본적 있으신가요?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이런 상상조차 상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소수를 위한 고성능 모델이 대중적인 일반 모델보다 많이 팔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그런데 현대차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국내 한정이지만, 벨로스터 N의 판매량이 일반 벨로스터를 압도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모터그래프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벨로스터 판매량은 총 681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중 벨로스터는 237대에 그쳤고, 나머지 444대는 벨로스터 N이었습니다.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 N이 일반 벨로스터보다 2배가량 많이 팔렸다는 겁니다.

물론, 벨로스터 N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돼 반짝 신차효과를 누린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동안의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일반 모델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일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일반 벨로스터 판매량이 너무 저조하다는 겁니다. 올해 1월 출시된 신형 벨로스터는 2월 109대를 시작으로 3월 279대, 4월 435대, 5월 335대, 6월 327대, 7월 312대가 팔렸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4월조차 벨로스터 N의 지난달 실적을 못 넘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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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렇게 될 줄을 몰랐을까요? 제 생각은 충분히 알면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욕심을 부렸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신형 벨로스터,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오는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 N을 모두 성공시켜야만 했으니까요.

올해 초 나온 신형 벨로스터의 경우 상품성이 꽤 뛰어납니다. 이전 모델의 경우는 국내에서 판매량이 워낙 저조한 데다가, 해외에서도 미국과 호주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없는 그런 차였습니다. 그럼에도 신형 모델을 내놨을 정도면 반전을 노릴만한 대대적인 상품성 향상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품성 향상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벨로스터의 가격은 옵션을 제외하고 2160~2625만원(1.6 기준). 벨로스터의 주 타겟층인 20~30대가 사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표입니다. 무엇보다 코나 등의 B세그먼트 SUV뿐 아니라 쏘나타까지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안이 많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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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벨로스터 N은 어떤가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췄습니다. 나오기 전에는 시작 가격이 3500만원이네, 4000만원이 넘네 등 많은 추측이 나돌았지만, 막상 2965만원이란 가격표를 달았습니다. 이는 일반 벨로스터 풀옵션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퍼포먼스 패키지(200만원)와 멀티미디어 패키지(100만원), 컨비니언스 패키지(60만원)를 모두 더해도 3325만원이면 됩니다.

벨로스터 N의 가격과 사양이 공개되자 많은 소비자들이 환호했습니다. 사전계약 6일 만에 500대가 넘는 계약이 진행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았으니까요. 수동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일반 벨로스터 대신 조금 돈을 보태 벨로스터 N으로 넘어가는게 당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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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아쉽게도 현대차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벨로스터 N의 고성능 이미지를 통해 벨로스터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길 바랐겠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일단, 벨로스터 N이 일반 벨로스터 판매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판매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와 벨로스터 N의 낮은 가격대는 소비층을 혼재시켰고, 앞서 말했듯 벨로스터 N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지금 당장은 벨로스터 N 판매량이 잘 나왔지만, 수동변속 모델이라 앞으로 남은 수요가 분명하죠. 게다가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어 앞으로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DCT가 달린 자동변속 모델이 기대되긴 하지만, 당장 언제 나올지 모르죠. 만약 나온다면 지금처럼 벨로스터 N의 인기가 반짝 오를 할수는 있겠지만, 이미 그때가 되면 일반 벨로스터는 전작보다 더 처참한 상황에 놓여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벨로스터를 성공시키기 위한 현대차의 더 많은 고민과 올바른 전략 선택이 필요합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하나하나 천천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차를 제대로 잘 만들어놓고 실패하면 무척 억울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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