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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신차’ 7세대 ‘골프’, 관성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2014-06-24 강희수

‘불혹의 신차’ 7세대 ‘골프’, 관성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OSEN=거제, 강희수 기자] 더 낮아지고 길어지고 넓어졌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재주를 가졌다. 2013년 7월, 대한민국 준준형차 시장의 ‘태풍의 눈’을 예고하고 나선 폭스바겐 ‘7세대 골프’가 내세운 특징들이다.

1974년 ‘해치백’의 대명사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골프’는 이후 40년 가까이 진화를 거듭하며 7세대까지 이르렀다. 2012년 9월 말, 세계인의 관심 속에 파리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폭스바겐 7세대 골프는 9개월 여 만에 한국 시장에 상륙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다.

지난 2일, 폭스바겐코리아는 ‘7세대 골프’ 미디어 시승행사를 위해 멀리 거제도까지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시승 코스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출발해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도에 입성한 뒤 거제도 일대를 돌아보는 140km 거리로 짜였다. 부산에서 거제도를 진입하는 자동차 전용도로, 거제도 옥녀봉 북병산 가라산을 끼고 도는 산악도로, 남해의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도로 등 다양한 형질의 도로를 3시간 가까이 돌았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초행자를 더 불안하게 하는 변화무쌍한 도로, 손에 익지 않은 운전대…. 신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이었다.

▲’불혹의 신차’…관성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폭스바겐은 7세대를 이어온 골프의 철학을 지속성이라고 꼽는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인 발터 드 실바는 “골프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지속성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기계적으로 하는 표현 중에 “DNA를 계승했다”는 말이 있다. 7세를 이어온 ‘골프’에 적확하게 어울리는 표현이다. 40년 가까이 한 이름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유전자가 있다는 얘기다. 그것이 디자인이든 성능이든.

궂은 날씨 속에 거제도의 난코스를 도는 시승자에게 가장 크게 어필한 골프의 인상은 ‘안정감’이었다. 자동차의 성능을 파악해야 하는 시승자의 주행방식은 일반적으로 거칠다. 급가속과 급정거, 급방향전환 같은 극한 상황을 테스트 하려 한다. 한술 더 떠 노면은 미끄러웠고 길은 심하게 구불거렸다. 이런 극한 상황을 ‘골프’는 얄미울 정도로 잘도 헤쳐나갔다.

제조사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차체가 더 낮아지고 더 길어지고 더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디자인 전문가는 “한결 스탠스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어떤 이유로든 결과는 안정감으로 귀결됐다.

신형 골프는 전장이 4255mm로 전 세대에 비해 56mm가 길어졌고 휠 베이스는 2637mm로 59mm가 늘어났다. 차체는 1452mm로 28mm가 낮아졌다. 중심이 낮아지니 스포티한 외관 설계가 가능했고 휠 베이스가 늘어나니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태권도의 기마자세가 주는 딴딴한 안정감이 ‘골프’에 있었다.

7세대 골프가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MQB 플랫폼에서 생산 된 첫 번째 차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MQB는 Modular Transverse Matrix의 약자로 ‘모듈형 가로 매트릭스’로 번역 된다.

MQB는 2012년 2월 폭스바겐이 도입한 차세대 생산전략이다. 차량 부품과 핵심 기술 등을 모듈화 해 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플랫폼을 몇 가지 모듈로 나누고 그 중 불가변한 일부 모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듈을 모두 가변 영역으로 둬 유연성을 대폭 늘려놓았다. 휠베이스나 프런트 오버행, 리어 오버행 그리고 차량의 가로 폭 등을 매우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다. 즉 ‘골프’를 생산한 플랫폼에서 ‘폴로’ ‘제타’ ‘더 비틀’ ‘시로코’ ‘티구안’ ‘파사트’ ‘CC’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골프는 제조사의 생산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는 MQB 플랫폼에서 생산 된 첫 번째 차종으로 특유의 유연성이 적용 돼 ‘더 낮아지고 길어지고 넓어진’ 모양을 갖추게 됐다. 그 덕분에 골프는 인간 ‘불혹’이 그런 것처럼 주행방향으로 가해지는 ‘관성의 유혹’으로부터 매우 효과적으로 자유로워져 있었다.

▲100kg 감량… 1리터로 18.9Km 주행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TDI 엔진의 연비 성능은 이미 폭스바겐에서 생산 되는 여러 차종에서 검증이 됐다. 엔진은 무한히 발전하고 개선 되겠지만 새로운 엔진이 나오기 전까지 제조사들이 할 수 있는 연비 개선 노력은 다른 데도 있다. 그 중 의외로 효과적인 것이 바로 ‘감량’이다.

‘7세대 골프’는 몸무게를 무려 100kg이나 줄였다.

폭스바겐은 100kg의 합이 어떻게 나왔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전자장치에서 최대 3.0kg, 특수장치에서 최대 12.0kg, 엔진에서 최대 22kg, 주행장치에서 최대 26.0kg, 상부구조에서 최대 37.0kg이다. 이렇게 부문별로 감량 된 합이 100kg이다.

차체무게가 가벼워지면 당연히 연비는 향상 된다. 복합연비 기준 골프 1.6 TDI 블루모션이 리터당 18.9km, 2.0 TDI 블루모션이 16.7km의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

▲에어백이 반응하면 저절로 멈춘다, 다중충돌 방지 브레이크

7세대 골프에는 놀라운 안전 기능 하나가 숨어 있다. 바로 다중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Multi Collision Brake, MCB)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에어백 센서가 1차 충돌을 감지하면 곧바로 작용하는데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차량 속도를 시속 10km까지 급감속 한다. 완전 정차가 아니라 시속 10km까지만 감속하는 이유는 운전자가 남은 속도로 차량을 안전한 상황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교통사고에서 1차 충돌만큼이나 2차 충돌도 위험하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충돌 사고 중 25%가 2회 이상 충돌을 겪는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중 충돌 사고가 더 큰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

신형 골프의 거제도 시승행사 중에는 MCB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MCB의 작동 원리는 에어백 센서에서 감지 된 신호가 ESC 컨트롤 유닛에 명령을 전달하고, 이 유닛에 의해 차가 자동적으로 제동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문 드라이버가 ESC 컨트롤 유닛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차량 충돌 상황을 실연해 보일 수 있었다.

시승 참가자들은 전문 드라이버가 모는 차량에 동승해 실제 사고를 가정한 상황에서 제동 장치가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체험했다. 시속 80~90km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충돌 상황을 가정한 커튼 도어를 통과하자 마자 드라이버가 ESC 컨트롤 유닛을 작동 시켰다. 순간적으로 반응한 차량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지 않았는데도 매우 안정적으로 급 감속해 시속 10km 속도의 저속 주행 상태에 도달해 있었다.

이 시스템은 신형 골프에 처음으로 적용 됐고 폭스바겐은 향후 다른 차량에도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전방 충돌과 후방 추돌 모두에서 작동 된다.

▲”폭스바겐 전 차량 중 골프 디자인이 가장 어려웠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폭스바겐 디자이너들에게 골프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게 가장 어렵다.”

골프 디자이너들에게는 기본적인 제약이 있다. ‘지속성’이다. 이전 세대의 DNA를 계승한 채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창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요구일 수 있다. 그런 제약을 딛고 신형 골프는 ‘프리미엄’을 갖춘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폭스바겐은 이 디자인을 ‘골프 프리미엄’으로 불리고 싶어한다.

6세대 골프보다 길어지고 넓어지고 낮아진 디자인은 한층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비율을 탄생시켰다. 크롬 스트립은 더욱 낮게 자리잡으면서 헤드라이트까지 이어졌고 휠 베이스가 늘어나면서 앞 바퀴 축은 앞으로 당겨졌다. 결과적으로 전면 오버행이 짧아지니 보닛이 한층 길어져 보이게 돼 상위 클래스에서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비율을 갖추게 됐다.

6세대 모델은 윙이 후드보다 높이 자리잡고 있었던 반면 신형 골프에서는 그 반대가 됐다. 이번 시승행사에 도움말을 주기 위해 초빙 된 아트센터 칼리지 오프 디자인(ACCD, Art Center of College of Design, Pasadena CA) 임범석 교수는 이를 두고 “후드라인을 안쪽으로 많이 몰아 넣어 펜더(fender)가 강조 돼 있다. 콧날을 오뚝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주변부에 음영을 넣은 것과 같은 이치다”고 평했다.

운전자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인테리어는 파격적 적용이 낯설기까지 하다. 실내 디자인을 총괄한 토마스 바호르스키가 “신형 골프는 실내 디자인의 모든 요소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설계 됐다”고 말했다는데 그 ‘운전자 중심’의 극단적인 적용은 한층 넓어진 중앙 콘솔이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지게 했다. 운전자 쪽으로 방향을 튼 센터페시아는 마치 운전자로 하여금 비뚤게 앉았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연말까지 5000대 판매도 기대해 볼만하다”

자존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7세대 골프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이 차는 공식 예약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비공식적으로 600대 가량의 예약이 밀려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금년 하반기까지 5000대를 팔면 좋겠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이 목표를 한번 세워볼 만도 하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1.6 TDI가 2990만 원, 2.0 TDI가 3290만 원으로 책정 됐으며 9월에 선보일 골프 2.0 TDI 프리미엄은 3690만 원이 매겨져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평가도 눈부시다. 7세대 골프는 출시 8개월 만에 ‘2013 월드 카 오브 더 이어’(WCOYT), ‘2013 유럽 올해의 차’ ‘2013 베스트 카’ ‘2012 오토 트로피’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 17개를 휩쓸었다.

박동훈 사장은 “골프는 그 동안 경쟁 제조사로부터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렸는데, 7세대 골프를 다시 교과서에 비유하자면 ‘완전히 개정 된 교과서’라 부를 수 있겠다. 기술을 비롯해서 외관 디자인, 인테리어, 안전, 편의사양 등 모든 것이 새로운 차원으로 적용 됐다”고 평가했다.

100c@osen.co.kr

거가대교를 건너고 있는 시승단 차량(위에서 두번째)과 7세대 골프의 내부 모습. 네 번째 사진은 다중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을 실연해 보이는 장면이고 그 아래는 6세대 골프와 7세대 골프의 정면부 비교 사진이다. 마지막 사진은 시승 행사에서 신형 골프를 설명하고 있는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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