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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해외공장 신설 바람…'엑서더스' 현실화하나]

2014-06-24

"노사관계 경직·고비용·기업규제 등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국내 기업환경이 극도로 악화하자 대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생산기지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

세제 혜택, 부지 제공 등 현지 정부의 지원 외에도 풍부한 노동력과 싼 인건비, 시장 접근성 강화 등 외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데 따른 장점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기업 경영을 하는 데 약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해외 공장의 유턴이나 국내 일자리 창출은커녕 현대·기아차의 파업사태에서 보듯 악화된 경영환경이 국내 기업들을 밖으로 내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공장을 국내로 옮길 의사를 가진 제조업체는 700곳 중 1.5%에 불과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나 과도한 기업 규제, 높은 생산비용 등을 들어 '한국경제 엑서더스'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경고도 이를 방증하는 자료다.

◇ 기업 잇단 해외공장 신·증설…脫한국 바람?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자동차[000270] 노조 파업을 틈타 미국 조지아주지사가 한국을 방문,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의 부품공장을 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다이모스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차[000270] 북미공장 인근 부지에 최대 3천500만달러를 투입, 35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의 부품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포스코강판[058430]도 최근 회사 설립 이래 첫 해외공장을 미얀마에 설립하기로 하고 현지 정부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북미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타이어[161390]도 기아차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주와 BMW 공장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놓고 저울질이다.

동국제강[001230]은 국내 제철사 가운데 처음으로 브라질에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제철소를 짓고 있고, 롯데케미칼[011170]도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지역에 가스전을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공장을 건설 중이다.

밖으로 드러난 계획만 이 정도지,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해외 이전 및 공장 증설을 은밀히 추진 중인 기업도 상당수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300대 기업의 절반 정도는 국내공장의 해외이전, 또는 해외공장의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거나 최소한 해외에 공장을 둘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해외법인장회의에서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고 일갈한 것도 기업들이 해외생산을 갈수록 늘려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해외공장 생산 능력을 지난해(363만대)보다 14% 늘어난 414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세계 7개국에 10개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차는 최근 터키 공장 증설을 통해 기존 10만대에서 20만대로 물량을 늘렸고, 3개국 5개 해외공장을 두고 있는 기아차는 중국 4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차질이 해마다 이어지면서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0년 45.2%에서 2011년 47.5%, 2012년 51%, 올 상반기 54.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정대로 해외공장이 완공되면 내년에는 해외생산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선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고비용 저효율 체제 탓"…경제성장·일자리 경고음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미 한국 경제의 판세를 읽고 미리 해외 공장 투자를 늘림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가 해외에만 집중되면 국내 일자리 창출은 그만큼 더뎌지고 국내 경기 활성화도 기대하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제조업의 해외이전은 기술 공동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두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국내와 해외 고용 규모의 차이가 확연해진다.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은 2005년 8만600명에서 2011년 10만1천973명으로 26.5% 증가했지만 해외 임직원은 5만7천500명에서 11만9천753명으로 무려 108% 늘면서 국내 임직원보다 더 많아졌다.

현대차 역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국내 임직원은 5만4천440명에서 5만7천303명으로 겨우 5% 늘어난 반면 해외 임직원은 1만7천210명에서 2만9천125명으로 69.2%나 뛰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의 해외공장 이전과 해외인력 확대를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에서 볼 필요도 있지만 악화된 국내 경영환경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지난 6월 '한국경제 엑서더스가 우려되는 7가지 징후'라는 자료를 통해 ▲ 역주행하는 증세 논의 ▲ 과도한 기업 규제 ▲ 엔저현상 지속 ▲ 높은 생산요소 비용 ▲ 경직적 노사관계 ▲ 반기업 정서의 확산 등을 들었다.

이 중 경직적 노사관계와 높은 생산비용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도 '고개를 내젓는' 대표적인 악재들이다.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GM의 한국 철수설이 나오는 것도 국내 공장의 '저생산 고임금 구조'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효율성 순위는 총 144개국 중 73위, 노사 간 협력 순위는 129위로 최하위권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10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천명당 근로손실일수가 30.2일로 폴란드 1.5일, 독일 0.7일, 홍콩 0.1일 등 주요국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용지 및 공업용수 가격이 중국, 베트남 등 주요 개발도상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해외로의 기업이전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산업용지 가격은 ㎡당 59만원으로 중국의 2.1배, 베트남의 4.0배 수준이며, 공업용수 가격은 t당 820원으로 각각 2.2배, 2.0배에 달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실장은 "한국의 높은 생산요소 비용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국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 성장동력도 계속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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