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브라우저 버전을 사용 중입니다. 최상의 MSN 경험을 위해 지원되는 브라우저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시승기] 야수의 심장을 단 개구쟁이 '미니 컨트리맨'

2014-06-24

[시승기] 야수의 심장을 단 개구쟁이 '미니 컨트리맨'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니(MINI)'는 유독 남다름을 추구한 차다. 독특한 생김새는 멀리서도 한눈에 미니임을 알아챌 수 있게 한다.

외관뿐 아니다. 차 안으로 들어가 봐도 독특한 구석이 많다. 당장 시동을 걸려면 자동차 키를 시동 버튼 옆에 있는 슬롯에 밀어 넣은 뒤 시동 버튼을 눌러야 한다.

키를 꽂을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면 되는 스마트키 방식도, 열쇠를 열쇠구멍에 넣어 시동을 거는 전통적인 방식도 아닌 것이다.

이를 모른 기자는 시승차 '미니 컨트리맨 쿠퍼SD 올4'를 넘겨받던 날 푹푹 찌는 차 안에서 시동을 걸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한바탕 씨름을 해야 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차 문짝 안쪽에 으레 있게 마련인 창문 개폐 스위치가 센터페시아에 달려 있고, 운전대 뒤 계기판에 있어야 할 속도계도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모양을 한 채 센터페시아에 붙어 있다.

이런 소소한 남다름은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자연히 불편이지만 그 의외성 탓에 재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남다름의 방향은 외관에서든, 인테리어에서든 대개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 차의 번호판에 쓰인 '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제발 미니를 괴롭히거나 화나게 하지 마세요)란 문구 역시 이런 개구쟁이 같은 모습의 하나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 미니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이자 소비자가 미니에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지금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 BMW의 한가족이 됐지만 미니는 원래 영국산이다. 1960년대 영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대중적으로도 많이 팔린 차였다.

현재 BMW가 생산·판매하는 미니 쿠퍼는 미니의 다양한 변종 중에서도 특히 주행성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버전이다. 실제 1964년부터 1967년까지 미니 쿠퍼는 몬테카를로 경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BMW그룹으로 '이적'한 뒤 브랜드 정체성이 프리미엄 스포츠카 쪽으로 좌표이동한 셈이다.

이 때문에 미니는 자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탁월한 가속력과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스포츠카와 겨룰 만큼은 되지 않아도 시내 도로나 고속도로에서 웬만한 중형차나 대형차를 앞서는 주행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를 1천750∼2천700rpm(분당 엔진회전수) 영역에서 뽑아내 살짝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즉시 주변 차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선다.

다만 액셀러레이터를 단숨에 끝까지 눌러 밟았을 땐 외려 엔진의 반응이 좀 늦는 듯했다.

단단한 서스펜션도 굽은 길을 달릴 때면 도로에 착 달라붙어 간다는 안정감을 준다. 물론 노면에서 올라온 충격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승차감이 불편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2003년 리메이크된 할리우드영화 '이탈리안 잡'에 미니가 등장하는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주인공 일당이 금괴를 훔쳐 차에 싣고 도주할 때 사용한 이 차는, 초강력 대형 엔진을 장착한 슈퍼카들이 등장하는 상투적인 영화 속 자동차 추격 장면과는 남다른 미학을 선보였다.

지하철역 플랫폼이나 하수도 안처럼, 보통 차들이 드나들 수 없는 좁은 공간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날렵하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악당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미니만의 독보적 주행 미학은, 작은 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줬다.

덧붙이자면 미니는, 이 영화의 원작인 1963년판에도 역시 '캐스팅'됐다.

기자가 탄 컨트리맨은 가장 많이 팔리는 미니 쿠퍼나 쿠퍼S와 달리 문짝이 4개다. 미니 시리즈 중 가장 넓은 차다.

가장 넓다고 해도 여전히 밖에서 보면 아담한 소형차이지만 '공간 절약형 경제적인 차'란 태생답게 미니 컨트리맨은 4인 가족이 타도 비좁게는 느껴지지 않는 실내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모든 프리미엄 자동차가 그렇듯, 미니도 '친절한' 차는 아니다. 5천만원이 넘는 가격(5천290만원)인데도 내비게이션조차 없다. 좌석 조정이나 등받이 조절도 전동식이 아닌 '완전 수동' 방식이다.

유별나게 센터페시아에 붙어 있어 가뜩이나 보기 어려운 속도계는 시인성까지 나빠 현재 속도를 알려면 한참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마디로 편의사양들이 웬만한 중형차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외모와 달리' 역동적인 가속 능력과 단단한 주행감, 그리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방점을 찍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 차를 선택할 것이다.

sisyphe@yna.co.kr

(끝)

image beaconimage beaconimage bea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