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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현대차 철탑농성 해제를 보며 바라는 것은

2014-06-24

(서울=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 지회) 전 조합원 최병승씨와 사무국장 천의봉씨가 오늘 오후 송전 철탑 고공 농성을 풀었다. 지난해 10월 17일 50m 높이의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한 지 꼭 296일 만이다. 최씨와 천씨는 현대차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철탑 23m 지점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해왔다. 두 사람이 사계절이 바뀌는 오랜 기간 지속해온 농성을 푼 것은 무엇보다 건강이 몹시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높은 철탑 위 비좁은 공간에서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300일 가까이 농성을 해왔으니 건강 상태가 어떨지 짐작할 만하다. 그들이 어제 농성 해제를 결정하면서 "오랜 농성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라고 토로했다는 대목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두 사람은 철탑을 내려와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경찰서로 연행됐다. 앞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고 한다. 어쨌든 건강이 더 악화하기 전에 철탑 농성이 끝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우선 적절한 치료와 휴식을 통해 조속히 건강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보도로는 현대차 사측도 최씨와 천씨의 장기 고공 농성 해제에 "정말로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현대차로서도 300일 가까이 계속돼온 장기 철탑 농성은 적잖은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사측으로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관한 노사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라고 여겼을 법하다. 따라서 이제는 그런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진정성을 갖고 문제 해결에 진력해주길 기대한다.

최씨와 천씨의 장기 철탑 농성은 현대차뿐 아니라 모든 산업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면한 절박한 현실을 다시금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정규직 전환은 당연하면서도 정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 측의 자평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현대차가 비정규직 문제로 여전히 노사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사내하청이 사실상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흔쾌히 수용하지 않아서라는 시각이 있다. 승소 판결을 받은 해당 노동자만 정규직으로 인정하려는 듯한 사측의 자세는 대법원 판결의 참뜻을 외면하는 것에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차 사측의 단계적 정규직화 방안이 사내하청 노조의 반발 속에 삐걱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2016년 상반기까지 비정규직 3천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규모와 방식에서 노사가 서로 엇갈린다. 비정규직 중 일부만 대상인 데다 경력 인정이 안 되는 신규채용 방식이라는 것이 쟁점이라고 한다. 최씨와 천씨의 철탑 농성 해제로 일단 노사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는 해도 합의에 이르는 길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까닭이다.

전·현임 노동부 장관은 불법파견 문제를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부의 이런 단호한 의지 표명이 결코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꼭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산업 현장에서 적발되는 불법파견 사례에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불법파견 문제 해결은 이제 9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합리적 해법을 찾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시금석이라고 할 만하다. 현대차의 사내하청 문제를 궁극적인 노사 상생과 공존공영의 차원에서 바라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문제가 노사 간 현안이면서도 국민이 곧 소비자라는 점에서 이런 좁은 범위를 뛰어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좀 더 깊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상호 불신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진정으로 가슴을 열어 소통과 대화에 다시 나서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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