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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급발진 주장' 민·형사 판단 엇갈려

2014-06-24

'차량 급발진 주장' 민·형사 판단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교통사고를 낸 당사자가 사고 원인을 차량 급발진 탓으로 돌린 개별 사건에서 민·형사상 판단이 엇갈려 주목된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피고인은 무죄를 받았지만 사고 뒤 자동차 회사에 배상을 청구한 원고들은 패소했다. 민·형사소송의 차이점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김태병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A사가 만든 차량을 운전하다가 굽은 내리막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담벼락에 부딪힌 뒤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이 사고가 자신의 과실이 아닌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회사 측에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액셀 페달을 잘못 조작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2011년 술에 마시고 주차장에서 차를 움직였다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는 같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씨는 미등이 켜져 있어서 배터리 방전을 걱정해 시동을 걸었을 뿐인데 차가 갑자기 움직여 앞 차를 들이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비정상적인 엔진 출력 상승으로 인한 급발진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가 술에 취한 채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민·형사소송의 차이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형사소송에서 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의 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된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사고가 당사자의 과실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원고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과학적·기술적 입증의 어려움을 고려해 원고의 입증 책임을 다소 느슨하게 적용하더라도 무과실을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법원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받았더라도 차량 급발진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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