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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 어렵다더니 SNS엔 명품 사진 가득”

중앙일보 로고 중앙일보 2018.12.06. 15:58 이가영 기자

지난 9월 음주운전 차량이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하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딸이 가해자의 엄벌을 호소했다.

 

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따르면 박모(28)씨는 지난 9월 16일 새벽 0시 43분쯤 성남시 분당구 한 사거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차량이 미끄러져 버스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던 이모(61)씨와 강모(38)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이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강씨는 크게 다쳤다.  

  지난 9월 16일 새벽 만취한 박모(28)씨가 몰던 승용차가 성남시 분당구의 한 버스정류장으로 돌진, 이곳에 있던 이모(61)씨와 강모(38)씨를 덮쳤다. 사진은 이씨의 유골함과 생전 딸과 함께한 모습. [사진 유족 제공] © ⓒ중앙일보 지난 9월 16일 새벽 만취한 박모(28)씨가 몰던 승용차가 성남시 분당구의 한 버스정류장으로 돌진, 이곳에 있던 이모(61)씨와 강모(38)씨를 덮쳤다. 사진은 이씨의 유골함과 생전 딸과 함께한 모습. [사진 유족 제공]

당시 박씨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부터 약 20km에 걸쳐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98%였다.  

 

재판부는 지난 11월 29일 “박씨가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거나 용서받지 못했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범죄전력 없는 초범이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한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딸 이모(28)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와 가족들의 행동에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씨에 따르면 장례식 첫날 찾아온 박씨의 아버지는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저희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며 “자기 아들도 다쳤다고 얘기를 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 측은 변호사에게 “3000만원 구했으니 합의 보자”는 뜻을 전했다며 이씨는 “그게 끝이다. 사과하려고 연락 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생전 아버지와 남매의 단란했던 모습. [사진 유족 제공] © ⓒ중앙일보 생전 아버지와 남매의 단란했던 모습. [사진 유족 제공] 이씨는 또 “형량이 줄어든 이유도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이라는데 박씨 SNS에는 명품 옷 입고, 외국에서 고급 차 타고, 호텔 놀러 다니는 사진들이 너무 많다”며 “박씨 아버지 프로필 사진도 골프 치는 사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사진들이 한꺼번에 싹 지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가 2년 6개월도 길다고 줄이려고 항소까지 했다. 저희도 억울한 마음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검사 측에서 항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아버지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했던 분’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공학박사셨고, 저도 그 뒤를 이어 공학석사를 따고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20살 때부터 아버지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셨다”며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활의 윤예림 변호사는 “현행법률상 해당 정도의 형량은 판사가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에는 윤창호법에 따라 시민의 법감정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빠른 개정법 적용으로 음주운전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박씨의 판결이 있던 지난달 29일 앞으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도 통과시켰다.

 

개정 특가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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