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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혈병 수능 만점' 지명이 어머니 "세상에 고마운 분 참 많습니다"

조선일보 로고 조선일보 2018.12.06. 11:00 주희연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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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년 내내 백혈병을 앓은 서울 선덕고 김지명(18)군이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맞았다. 강북구 인수동에서 조그만 추어탕집을 하는 김군 어머니(60)는 "세상에 고마운 분이 참 많다"고 했다.

"지명이가 아플 때 의사 선생님이 '너는 완치될 수 있다'고 확신을 줬어요. 저희는 그저 의사 선생님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수시 1차 원서를 써야 하나 고민할 때 선덕고 교감 선생님이 '정시로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설득해주셨어요. 그 덕에 지명이가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김군이 서울대병원에 다닐 때 한 불교 단체가 300만원을 지원했다. 김군 어머니는 지원금 전달식장에 일부러 아픈 아들을 데리고 갔다. 사회자가 김군을 호명하자 어머니가 아들에게 "네가 나가서 받아라. 사람들이 이 돈을 어떤 마음으로 주시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군은 "어른 돼도 기억하겠다"고 했다.

모자를 만난 스님이 본지에 "처음 지원금 건넬 때 '저 정도면 지금 무균실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어머니와 함께 와 너무 놀랐다"면서 "20년 넘게 이 사업을 했지만, 환아가 직접 온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군은 그렇게 공부해 자사고인 선덕고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김군은 고1 3월 완치 판정을 받은 뒤 선덕고와 인터넷 강의 업체에서 받은 장학금 90만원을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는 손 편지와 함께 이 불교 단체에 기부했다.

만점 소식이 알려진 5일 서민 동네 한복판 선덕고는 축제 분위기였다. 교장·교감·담임과 3학년 담당 교사 전원이 지명이 어머니 추어탕집에 찾아가 난(蘭) 화분과 '수능 만점을 축하합니다. 선덕고 교직원 일동'이라 적은 플래카드를 선물했다. 신재범 교감이 "제자가 잘되면 다 좋지만 지명이 같은 아이가 이런 결과를 얻으니 더 뿌듯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기사를 읽고 연락해왔다. 서울대병원에서 김군을 돌보다 지금은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는 의사가 "지명이는 첫 치료 때 합병증이 심해 중환자실까지 갔다"면서 "병상에서'수학의 정석'을 풀던 모습이 기억난다. 힘든 치료를 이기고 좋은 성적을 거둬 대견하다고 전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김군 어머니가 이름을 듣자마자 "아이고, 우리 지명이 골수 검사해주시던 레지던트 선생님이에요" 했다. "'키가 안 클 수 있다'는 부작용을 설명하다 함께 울어주셨어요. 참 고마운 분이에요."

김군은 올해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 의예과에 지원할 예정이다. 김군 어머니는 "지명이가 의대에 간다니까 사람들이 '이제 아들이 돈 많이 벌어다 주겠네' 덕담하는데, 저는 그런 생각 없다"고 했다. "아들한테 '돈에 연연치 말고, 벌면 베풀고, 배운 기술로 네가 받은 것처럼 남 도우며 살라'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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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명(왼쪽에서 둘째)군은 한참 항암치료 중이던 2013년 5월 서울 성북구 정각사에서 난치병 환아 지원금 300만원을 받았다. 김군은 3년 뒤 성적 장학금을 받아 이 사찰에 다시 기부했다. /김지명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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