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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짜리 추경을 막는 ‘80억’이 뭐길래

한겨레 로고 한겨레 2017-07-17 송경화

국회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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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2000억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안이 80억원에 현재 발이 묶여 있습니다. 정부는 공무원 1만2000명의 신규 채용을 위해 이번 추경안에 80억원을 넣어놨는데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이 똘똘 뭉쳐 반대하면서, 18일 추경안의 본회의 통과가 순탄치 않은 상황입니다. 11조원에 비하면 80조원은 매우 작은 액수인데요, 대체 80억원이 뭐길래 그럴까요?

80억원은 경찰(1500명), 군부사관·군무원(1500명), 소방(1500명), 사회복지(1500명), 교원(3000명), 생활안전(1500명), 지자체 현장인력(1500명) 등 공무원 인력 1만2000명을 뽑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정확히는 이 가운데 중앙정부에서 뽑을 4500명에 해당되는 비용입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한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으로 지방 공무원 채용 비용도 충당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채용과 훈련에 대한 비용으로, 내년부터 발생할 인건비는 빠져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4월 기준 청년 실업률이 11.2%(OECD)에 이르는 등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아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고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이 80억원을 넣어놨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공무원 17만4000명 채용과도 연결됩니다. 새 정부 첫 예산인 추경을 시작으로 공무원 채용 확대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야3당은 모두 반대입니다. 공무원은 아시다시피 고용 안정성이 높습니다. 일단 뽑아놓으면 수십년간 재정 부담이 이어지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총 얼마나 들지 추산이 가능할까요? 국회 부의장인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 요청해봤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의 답변은 “1만2000명을 뽑을 경우 향후 10년간 4조32억원, 30년간 16조6133억원이 들어간다”였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분석해봤습니다. 예정처가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에게 내놓은 답은 “10년간 4조8114억원, 30년간 21조3901억원”이었습니다. 디테일에 좀 차이가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올 것을 감안해 호봉을 3호봉 기준으로 잡을 것인가, 1호봉으로 할 것인가. 연간보수상승률을 명목임금상승률로 잡을 것인가, 최근 몇년간 공무원의 평균 보수상승률로 잡을 것인가 등등. 그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준 차이에 따른 금액 간극은 더 벌어지게 됩니다. 어쨌든 장기적으로 들어갈 금액이 크고, 현재 정확한 분석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번 추경에 급히 넣을 게 아니라는 게 야3당의 입장입니다.

이와 함께 이미 올해 본예산에 쓸 수 있는 돈이 잡혀 있다는 주장도 야당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잡은 본예산에 ‘일반 예비비 중 1조8000억원은 재해대책비, 인건비(공공부문 인력증원 관련 비용 500억원 등) … 관련 비용 외에는 지출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채용 비용은 이 500억원에서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목적 예비비 500억원은 인건비인 반면, 추경에서 신청한 80억원은 올해 채용과 훈련에 필요한 비용이므로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비비 사용이 맞지 않다는 겁니다. 또 공무원 추가 채용은 정책 방향과 관련된 것인 만큼 예비비로 편성하기보다는 국회 동의를 통한 추경으로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향후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비롯해 총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습니다. 이번 추경을 통한 1만2000명 추가 채용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플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80억원은 일종의 ‘마중물’ 예산이자, 이번 정부 정책 기조와 관련한 상징적 금액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은 보수 야당의 후보들과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반면 다른 후보들은 ‘민간’ 주도를 강조했습니다. 근본적인 철학과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는 예산이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내내 예산 국면때 국회에서 이를 두고 샅바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겠죠. 여소야대이기때문에 이 싸움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80억원을 두고 정부·여당도, 야3당도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자리 공약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다른 공약들도 비슷한 사정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18일 오후 2시에 추경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예결위 소위 심사는 17일 밤 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80억원’을 둘러싼 싸움은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회의 전에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요?

송경화 김남일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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