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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돌려”…뿔난 미국 판사, 회항 지시

한겨레 로고 한겨레 2018.08.11. 07:00 이본영
워싱턴 연방지법 청사. © Copyright ⓒ The Hankyoreh. 워싱턴 연방지법 청사.

미국 판사가 심리가 진행중인 가운데 난민 신청자를 추방한 것에 분기탱천해 당장 비행기를 돌리라고 지시했다. 또 법정 모독을 이유로 법무장관을 구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워싱턴 연방지법의 이멧 설리번 판사가 난민 신청 사건을 심리하던 도중 사건 당사자인 모녀가 이미 추방된 사실을 알고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설리번 판사는 이날 미국시민자유연맹이 엘살바도르 출신 모녀의 추방을 중단시키라며 낸 소송을 심리 중이었다. 지난 6월에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으로 딸과 함께 피신한 여성은 폭력조직이 매달 돈을 내놓지 않으면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도망쳤다고 주장해왔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여럿이 이미 살해당한 상태라고 했다. 남편의 폭력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망명 허용 요건 중 그동안 ‘특정 그룹’의 범주에 포함시켰던 ‘자국에서의 폭력 및 기타 학대’를 제외시켰고, 따라서 모녀의 난민 신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기조에 따라 다른 망명 허가 요건도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모녀는 미국시민자유연맹의 도움으로 법원에 추방 중단을 요청했다. 이 단체의 변호사와 법무부는 이날 밤 11시59분까지 추방을 보류하고 심리를 받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의 변호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법정과 전화로 연결돼 변론을 진행하던 중 모녀가 추방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텍사스주 딜리의 보호시설에 있다가 아침 비행기로 송환되기 위해 샌안토니오 공항으로 갔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설리번 판사는 “비행기를 돌리라”고 지시하면서 법무부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그는 “이것은 너무 터무니없다”며 “미국 법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정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그렇게 채갈 수가 있는 거냐”고 따졌다. 또 “너무 불쾌하다”,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법정 모독 책임을 물어 구류에 처할 수 있다는 위협도 했다.

미국 법무부는 심리 중에 추방이 실행되는 줄 몰랐다며 쩔쩔맸다. 국토안보부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모녀가 엘살바도르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고 신속하게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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