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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미 회유하려 수차례 만남·전화…코미 '선긋기' 애써

연합뉴스 로고연합뉴스 2017-05-19 안승섭

코미, 트럼프 접근에 불안 느껴 여러 건 메모 남겨

"트럼프가 억지로 포옹할 땐 역겹다고 생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고 수주일이 지난 후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쯤이면 연방 수사당국은 내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힐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께서 수사의 세부 사항을 알고 싶으시면 저를 직접 접촉하시면 안 됩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백악관 변호인이 법무부에 문의하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통화 후 그는 이제 FBI의 독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보좌관들과의 '접촉'에 선을 그었다고 생각했다. 당시 FBI는 지난해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다.

코미 전 국장이 기억하는 '접촉'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한 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대한 FBI의 수사 중단을 요구한 일 등이 포함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한 수일 후에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코미 전 국장에게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러시아 정보요원과 접촉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러한 모든 '접촉'을 여러 건의 메모로 기록해 측근에게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9일 보도했다. 의회 조사관들은 이들 메모의 복사본을 요구한 상태다.

NYT에 따르면 여러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유지한 존 에드거 후버 FBI 초대 국장 이후 FBI 국장들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으며, 법무부는 백악관이 FBI와의 접촉을 제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FBI는 진행 중인 범죄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 직무 수행에 중요하거나, 법 집행기관의 관점에서 적절하다고 여겨질 때'를 제외하면 백악관과의 접촉이 금지된다. 그러한 접촉이 필요할 때도 법무부 부장관만이 접촉할 수 있다.

코미 전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그를 접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겼으며, 이에 저항하려 했다고 친구인 벤저민 위티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 코미 회유하려 수차례 만남·전화…코미 '선긋기' 애써 © 연합뉴스 트럼프, 코미 회유하려 수차례 만남·전화…코미 '선긋기' 애써

위티스는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해 친구와의 대화에서 안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두 달 동안이나 백악관과 거리를 두고, 올바른 접촉 방법을 가르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 전했다.

위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코미 전 국장)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길 원했지만,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나 개인적인 접촉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티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한 이틀 후인 1월 22일 법 집행기관을 위한 행사를 백악관에서 열었는데, 코미 전 국장은 가기 싫으면서도 FBI 국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했다.

남색 양복을 입은 코미 전 국장은 방 뒤편 푸른색 커튼 옆에 서서 눈에 띄지 않기만을 바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발견하고 "여기 나보다 더 유명한 친구가 있네"라며 코미 전 국장을 불렀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악수만을 하기 바랐지만, 대통령은 그를 잡아당겨 억지로 포옹했다.

위티스는 "코미는 완전히 역겹다고 느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대중 앞에서 굴복시키려는 의도적인 시도라는 생각마저 가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일에도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 코미 전 국장과 통화하길 원했다. 이 시도 또한 충성 맹세를 거부한 그를 다시 한 번 회유하려는 것으로 느꼈다고 코미 전 국장은 위티스에게 말했다.

위티스는 그가 운영하는 법률 전문 블로그 '로페어'를 통해 오랜 기간 연방 검사를 지낸 로드 J.로젠스타인이 법무부 부장관으로 임명됐을 때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위티스가 로젠스타인의 임명이 고무적이라고 말하자 코미 전 국장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난 잘 모르겠어. 좀 걱정돼. 그는 착하고 충성스럽지만,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하지. 오랜 기간 살아남으려면 타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걱정돼"라고 말했다.

임명 후 수주일 후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미 전 국장의 해임을 정당화한 근거로 알려진 메모를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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