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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랜드’, 생존경쟁 없는 아이돌 성장기는 불가능한 걸까

엔터미디어 로고 엔터미디어 2020.07.31. 17:11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 제공: 엔터미디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건 오디션이라기보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마치 섬에 표류되어 살아남은 자들이 생존하기 위해 갖가지 머리싸움과 미션들을 해결해야하는 것처럼, Mnet '아이랜드'는 마치 숲 속에 섬처럼 지어져 있는 아이랜드라는 곳을 찾아오는 23명의 연습생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마치 미래의 어떤 시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말끔한 선과 각으로 지어진 아이랜드라는 거대한 건물을 발견한 연습생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피어난다. 거대한 문 앞에서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불안해하는 그들 앞에 문이 열린다. 그렇게 그들은 아이랜드로 들어간다.

'아이랜드(I-LAND)'. 이 이름은 아마도 아이돌의 세상이라는 의미로 지어졌겠지만, 그 뉘앙스에는 어딘지 너무나 말끔해 살풍경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섬 같은 분위기가 묻어난다. 입구를 들어와 대기하는 곳으로 가는 길조차 마치 거대한 미션 기관처럼 되어 있는 이동하는 바닥을 타고 움직인다. 그건 신기하게도 느껴지지만 불안감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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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큰 불안은 이 낯선 공간에 이들을 맞아주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무감정한 목소리가 지시사항을 알려줄 뿐이다. 그래서 앉아 있는 것조차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에게 첫 번째 미션이 주어진다. 각 팀별로 준비해온 퍼포먼스를 보여준 후 그들끼리 투표해 아이랜드에 들어갈 이들을 선별하는 것. 23명 중 12명만이 아이랜드에 들어갈 수 있고 나머지는 그라운드라 불리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미션들 속에서 아이랜드에 들어간 이들은 미션 점수마다 매겨진 방출인원들을 그들 투표로 떨어뜨리고 그렇게 빠진 인원은 프로듀서들에 의해 그라운드에서 뽑혀 채워진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심사위원 또는 프로듀서 앞에서 노래나 퍼포먼스를 보인 후 합격과 탈락이 바로 앞에서 정해지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면, '아이랜드'는 연습생들의 투표로 아이랜드에 잔류할 이와 방출될 이가 결정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투표 방식이 도입된 것. 결국 연습생들은 동료로 함께 미션을 치러왔던 이들을 투표해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탈락자가 그라운드로 내려갈 때 연습생들은 눈물바다가 된다. 그 눈물에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 부채감 같은 것들이 뒤범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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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로듀서들이 개입해 점수를 주는 미션들이 등장하게 되지만, 여기에도 연습생들의 투표와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글로벌 투표가 합산된다는 점은 '아이랜드'의 당락을 결정짓는 투표 방식에 그만한 고민을 했다는 뜻이다. 특히 프로듀서들이 초반에 어떤 심사평을 더해 특정 연습생의 문제를 지적하고 하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식을 지워버린 데서는 여러모로 지난해 있었던 오디션 조작 논란의 부담이 느껴진다. 기존 오디션 형식이 아닌 일종의 시스템에 의한 서바이벌 방식이 들어가게 된 데는 이 부담도 한 몫을 차지했을 게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러하듯이 연습생들은 이 생존경쟁 속에서 분명 자신을 채찍질하고 그래서 무대에서의 성장이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진다. 특히 아이랜드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라운드로 떨어진 연습생들은 눈빛 자체가 다르다. 아이랜드가 모든 것이 풍족하고 잘 갖춰진 곳인 반면, 그라운드는 이와 비교해 열악한 상황에서 연습해야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곳으로 떨어진 연습생들은 더 절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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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습생들 한 명 한 명이 보이는 감정들과 고민들 그리고 그 절박한 심정들은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온라인으로 이를 지켜보는 글로벌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될 정도로 짠한 면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무대의 완성도가 바로 그런 피, 땀, 눈물의 결과라는 걸 그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 드러내준다.

'아이랜드'는 그래서 마치 지금의 아이돌연습생이라는 위치에서 각자의 생존경쟁들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세상을 압축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아이랜드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라운드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아이랜드와 그라운드 어느 쪽에 있다는 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일일 게다. 이 두 공간에서 모두 밀려나 아예 이 섬 같은 아이돌의 세상에서 떠나게 되는 일은 더더욱 가혹한 일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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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논란으로 인해 이런 프로그램들을 왜 또다시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이런 여론이 반영되어 70억을 들여 세트를 제작하고 만만찮은 물량을 투입했음에도 0%대 시청률이 나오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전국의 난립한 기획사들과 거기서 밤낮 없이 피, 땀, 눈물을 흘리며 기회만을 기다리는 연습생들에게 이런 서바이벌이라도 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하다는 건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랜드'는 그 구조 자체가 지금 현재 아이돌 연습생들의 세상을 축소판처럼 그려내고 있는 면이 있지만, 아마도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생존경쟁만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조차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다. 어째서 K팝이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도 아이돌 연습생들의 환경이나 그들의 성공서사는 여전히 생존경쟁 하나뿐일까. 그래서 아이돌연습생들은 그게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랜드'로 들어가려 한다. 마치 입시지옥을 알면서도 그걸 거쳐 대학에 가지 않으면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에 그 지옥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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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돌 연습생들의 세상을 축소해 보여주고 있는 '아이랜드'가 거꾸로 새로운 서사를 찾아내는 일은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생존경쟁만이 아니라 함께 섞여 다양한 목소리와 개성을 드러내고 그것이 대안적인 아이돌 탄생의 과정이 될 수 있는 그런 서사는 불가능한 일일까.

'아이랜 시청률은 낮지만 온라인을 통한 글로벌 시청자수가 1100만을 돌파했고, 지난 24일부터 시작한 글로벌 시청자 투표에 총 167개국의 시청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가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랜드'의 서사는 그래서 우리네 K팝 아이돌들의 글로벌한 이미지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해도 그것만이 생존의 길은 아닐 수 있다는 서사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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