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브라우저 버전을 사용 중입니다. 최상의 MSN 경험을 위해 지원되는 브라우저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야생화 만발하는 옥천 ‘천상의 정원’ 가보셨나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세계일보 로고 세계일보 2020.11.22. 01:00 최현태

대청호 즐기며 힐링하는 ‘천상의 정원’ 충북 옥천 수생식물학습원/물안개 핀 향수 호수 길에는 늦가을 정취 가득/억새 만발 정북동토성 연인들 일몰 SNS 인생 샷 명소로 인기

천상의 정원 전경 © 제공: 세계일보 천상의 정원 전경

윤슬이 아름다운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집. 계절마다 온갖 야생화가 피어나 늘 천연향이 가득한 예쁜 정원. 팍팍한 삶을 사는 도시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힐링할 수 있는 자연을 가까이 둔 주거공간은 이제 삶의 필수 조건이 됐다.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몇몇이 모여 대청호 주변 야산을 매입해 집을 짓고 10여년 동안 매일 나무와 꽃을 심으며 오솔길을 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오랜 노력은 이제 ‘천상의 정원’이 돼 여행자들을 맞는다.

천상의 정원 입구 © 제공: 세계일보 천상의 정원 입구

#대청호 즐기며 힐링하는 천상의 정원

 

대청호는 충북의 젖줄이다. 청주, 옥천, 보은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길이 80km, 면적은 72.8㎢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호수다. 곳곳에 호수와 산이 어우러지는 절경이 널려 있어 어디를 가도 감탄이 쏟아진다. 덕분에 사계절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고 ‘차박’하는 캠핑족과 강태공들의 천국으로도 소문이 났다.

 

갈 곳 많은 대청호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가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에 있는 ‘천상의 정원’이다. 공식 명칭은 ‘수생식물학습원’이지만 내비게이션에서 천상의 정원으로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차장의 커다란 표지석에는 ‘천상의 정원’이라 적혀 있고 매표소 앞에 작게 수생식물학습원과 함께 ‘내적 치유센터’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빼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심리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코로나 블루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천상의 정원 좁은 길 © 제공: 세계일보 천상의 정원 좁은 길 천사의 나팔꽃 © 제공: 세계일보 천사의 나팔꽃

오르막 계단을 따라 피어난 노란 들국화가 향긋한 향기를 뿜어내며 여행객을 맞는다. 왼쪽에 줄지어 선 커다란 화분에는 어른 키 높이만 한 열대 식물과 꽃들이 심어져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계단을 다 올라 허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문’을 통과하면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이어진다. ‘좁은 문을 지나면 좁은 길을 갑니다’라는 안내 표지판이 의미심장하다. 그 길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가을을 노래하는 노란 ‘천사의 나팔꽃’이 보이고 본격적인 천상의 정원 여행이 시작된다.

땅끝 오름 산책로 © 제공: 세계일보 땅끝 오름 산책로

제주에 온 듯 땅끝 오름이 펼쳐지고 오솔길에는 국화, 수국 등 온갖 꽃이 만발해 탄성이 나온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천상의 정원임을 알겠다. 그리고 또 하나의 표지판에 적힌 문구,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엄마를 따라가던 꼬마 아가씨는 “엄마 거북이처럼 걸어야 한대”라며 서둘러 앞서가는 엄마 손을 뒤로 잡아당긴다. 땅끝 오름은 흑색 황강리층 변성퇴적암으로 이뤄진 거대한 바위. 아주 오래전 이 일대는 바다였다. 석회암, 점판암, 편마암을 품은 해저 사면의 암설류가 붕괴, 퇴적, 변형되면서 이런 독특한 바위를 만들었는데 지질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천상의 바람길 © 제공: 세계일보 천상의 바람길 천상의 바람길 © 제공: 세계일보 천상의 바람길 천상의 바람길 산책로 © 제공: 세계일보 천상의 바람길 산책로

오름을 지나면 ‘천상의 바람길’이다. 나무 데크를 따라 끝까지 가면 대청호가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날이 좀 흐려 물안개가 잔뜩 끼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넘친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으니 대청호의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천천히 걸어본다. 눈을 감으면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와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만지는 바람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 제공: 세계일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 제공: 세계일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대청호의 산들은 만추의 단풍으로 곱게 채색됐다. 운치 있는 소나무 아래는 예쁜 핑크뮬리가 자리 잡았고 손을 꼭 잡고 걷는 연인들의 얼굴도 핑크빛으로 물든다. 천상의 정원을 가장 잘 표현하는 포토존이니 이곳에서 인생 샷을 남기시길.

 

산책로는 다시 땅끝 오름 정상으로 이어지고 발아래 펼쳐진 기암절벽은 아찔한 풍경을 선사한다. 산책로 끝에서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에 들어서면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대청호의 예쁜 풍광을 만난다. 정원은 수련농장, 수생식물 농장, 온대수련 연못, 매실나무 과수원, 잔디광장으로 꾸며졌고 가시연, 부레옥잠화, 물양귀비, 파피루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일요일과 1∼2월은 휴관하며 토요일은 2∼3주 예약이 차니 여행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물비늘 전망대 대청호 풍경 © 제공: 세계일보 물비늘 전망대 대청호 풍경 향수 호수길 © 제공: 세계일보 향수 호수길

#물안개 핀 향수 호수길 따라 늦가을 정취 가득

 

천상의 화원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향수 호수 길이 있다. 옥천읍 수북리 옥천선사공원을 찾으면 된다. 날망마당에서 길 건너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향수 호수 길이 시작된다. 수북리와 안내면 장계리를 잇는 생태문화 탐방로를 따라 대청호의 멋진 경관이 끊임없이 이어져 천천히 사색하면서 걷기 좋다. 전망대와 쉼터, 스카이워크 등을 갖췄고 황새 부르는 들판, 용의 전설이 깃든 황룡암 등을 만나게 된다. 향수 호수 길은 비포장 숲길, 나무 데크길, 흙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향수 호수길 산책로 © 제공: 세계일보 향수 호수길 산책로 향수 호수길 물비늘 전망대 © 제공: 세계일보 향수 호수길 물비늘 전망대

마지막 고개를 넘으면 나무 데크가 나타나고 전망대가 보인다. 취수탑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전망대로 꾸몄는데 대청호를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전망대에 서자 대청호를 따라 붉게 물든 산자락이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투영되고 물안개까지 피어올라 마치 꿈속인 듯 환상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아래쪽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면 대청호를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다. 곱게 물든 낙엽을 밟는 소리는 늦가을의 낭만이 더한다. 1.5km 정도를 걷다 보면 넓은 들판 ‘황새 터’가 나타나며 하늘, 산,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청주 정북동토성 억새 © 제공: 세계일보 청주 정북동토성 억새 청주 정북동토성 노을 © 제공: 세계일보 청주 정북동토성 노을

예쁜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천상의 화원과 향수호수길은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하루 코스 가을 여행지로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곳으로 인근 청주의 정북동토성도 함께 묶어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다.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토성으로 억새가 만발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해 질 무렵 토성 위에 서면 근사한 일몰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다. 

 

옥천=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세계일보 기사 더보기

image beaconimage beaconimage bea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