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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상비약 기부, ‘애민정신은커녕 北참상만 보여줘’

세계일보 로고 세계일보 2022.05.19. 14:31 이승구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17일 평양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방호인력이 텅 빈 거리에 서 있다. 평양=AP/뉴시스 © 제공: 세계일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17일 평양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방호인력이 텅 빈 거리에 서 있다. 평양=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과 같은 전면 봉쇄를 단행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지도층의 상비약 기부와 민간요법 등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김 위원장의 ‘애민정신’을 강조하려던 것이지만, 지도층은 북한 일반 국민들이 구비하기 어려운 상비약을 구비해놓고 있다는 것과 일반 국민은 상비약을 구비해놓을 여력이 없다는 참상만 더 드러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민 백신 접종률이 ‘0’인 데다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이처럼 내부 자원을 끌어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고열이 날 때 버드나무 잎을 우려먹으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민간요법을 관영매체가 국민에게 안내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집에서 자체로 몸을 돌보는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일종의 자가치료 방법을 소개해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드러냈다. 

 

신문은 먼저 “기침이 나면 꿀을 먹어라. 그러나 12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꿀을 삼가야 한다”라고 안내했다. 또 열이 나면 파라세타몰, 이부프로펜 같은 해열진통제를 먹고 숨이 차면 창문을 열어 방안을 서늘하게 하라고 권했다. 이러다 4주가 지나도 몸 상태가 나쁘고 기침하다 피를 토하거나 기절·피하출혈·소변량 이상 등이 있으면 의사와 병원을 찾으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현 방역위기 실태를 분석하면서 인민생활을 안정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박정천(왼쪽), 김덕훈 당 정치국 상무위원(오른쪽)이 일어서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받아 적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 제공: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현 방역위기 실태를 분석하면서 인민생활을 안정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박정천(왼쪽), 김덕훈 당 정치국 상무위원(오른쪽)이 일어서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받아 적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이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로는 매일 수십만 명씩 쏟아지는 코로나19 의심 발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최소 4주 기간 자가치료를 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노동신문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폐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며 특히 소아들에게는 돌림감기 정도의 영향만 미친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노동신문은 전날 일종의 ‘대증요법’인 ‘고려치료방법’도 소개했는데, 경증 환자들에게 “패독산을 한 번에 4g씩 하루 세 번 식후 1~2시간 사이에 뜨거운 물에 타서 5일 마신다. 안궁우황환을 한 번에 1~2알씩 더운물에 타서 3~5일 먹거나 삼향우황청심환을 한 번에 한 알씩 하루 2~3번 더운물에 타서 먹는다”고 소개했다.

 

또한 “민간료법으로는 금은화를 한 번에 3~4g씩 또는 버드나무잎을 한 번에 4~5g씩 더운물에 우려서 하루에 3번 먹는다”면서 “중환자들은 의료 일군들의 지시하에 산소료법, 순환 부전에 대한 대책, 스테로이드제 치료 등 전문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등 대체요법을 안내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발열자를 위해 내놓은 상비약품이 황해남도 인민들에게 전달됐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 제공: 세계일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발열자를 위해 내놓은 상비약품이 황해남도 인민들에게 전달됐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그동안 공개한 자료와 전문가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 항생제 등의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받아들인 외부 지원 덕에 수년간 기술을 전수받고 설비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순천제약공장, 평양제약공장, 정성제약종합공장 등 10여개 중앙급 제약공장에서 3~4종의 항생제를 비롯한 20여종의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특히 정성제약종합공장은 남측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손잡고 생산 시설을 현대화해 혈전 용해제와 수액 등을 생산해왔다. 

 

KDB산업은행 한반도신경제센터가 발간한『2020 북한의 산업』에 따르면 북한은 포도당 수액, 해열진통제, 항생제, 혈전 용해제, 간염백신, 페니실린, 스테로이드제, 항결핵제 등의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동시에 지방급 소규모 제약공장에서는 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고려약(한방약) 1200여종을 재래식 공법으로 생산한다. 북한 당국이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고려의학(한방)을 강조한 결과다. 이로 인해 1차 진료기관에서 고려약을 처방하는 비율이 70%에 이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발열자를 위해 내놓은 상비약품이 황해남도 인민들에게 전달됐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 제공: 세계일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발열자를 위해 내놓은 상비약품이 황해남도 인민들에게 전달됐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하지만 북한 당국이 버드나무 잎을 달여먹으라는 등의 민간요법을 권하게 된 것은 주민들의 수요만큼 의약품의 대량생산과 유통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공정치 못한 분배라는 문제로 직결된다.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붕괴 조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의료시스템의 근간은 무상치료이지만,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의약품의 생산과 배급이 원활치 못하자 특권층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은 국영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여기에 장기간의 경제 침체와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로 의료 물자 반입까지 통제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주민들은 장마당의 의약품 매대 같은 비공식 경로로 필수 의약품을 겨우 구했는데, 그마저도 2년 넘게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 전면 봉쇄가 이어지면서 꽉 막힌 상황이다.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 평양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건설, 제약공장 현대화 등을 통해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에 따른 문제의식의 발로였다. 하지만 전체 주민들의 수요에 비하면 역시 미미한 규모인 데다 진행 자체가 원활치 않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상비약 기부와 민간요법 등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16일 오후 6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3만2880여명의 코로나19 관련 발열환자가 발생하고 20만5630여명이 완치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발생한 발열환자 총수는 171만5950여명이며, 그 중 102만4720여명이 완쾌되고 69만117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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