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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새로운 바이오자본가를 바라보며

머니투데이 로고 머니투데이 2021.10.15. 02:19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투데이 窓]새로운 바이오자본가를 바라보며 © MoneyToday [투데이 窓]새로운 바이오자본가를 바라보며 코로나 시대 최고의 기업은 모더나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전세계 제약·바이오업체가 총출동한 JP모간 행사에서 실망스러운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18달러까지 떨어진 모더나는 현재 최고점 기준 449달러, 최근 320달러대며 시가총액으로는 1300억달러(한화 기준 140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액도 2019년 말 기준 연간 6000만달러에서, 최근 12개월 누적 기준 70억달러에 순이익만 35억달러인 초우량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다.

모더나 지분 3%를 보유한 MIT대 교수 로버트 랭어 교수는 모더나 초기 설립 시 긴밀하게 일한 약물전달 분야의 대가면서 40여개 바이오텍사 창업에 설립멤버로 참여한 연속창업가로도 유명하다. 로버트 랭어 교수가 보유한 모더나 지분가치만 49억달러(한화 5조4000억원)에 달한다.

모더나는 미국 창업전문 모험자본(Venture Capital)인 플래그십벤처스의 주도로 2010년 설립된 회사니 업력으로 보면 이제 11년차인 아주 신생기업이다. 로버트 랭어 교수는 본인의 MIT대 실험실에서 나온 많은 연구결과를 플래그십벤처스와 긴밀히 협력해서 연속창업을 하고 있었고 모더나에도 mRNA의 체내전달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자문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국내 창업생태계와 다른 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교수가 창업하는 경우 대주주면서 대표이사 혹은 주요 임원으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으로 회사의 운영에 매우 깊숙이 관여한다. 또한 모험자본의 투자를 받는 경우 회사에 전념하는 것을 요구받기에 그 창업한 회사와 거의 운명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설립 시에도, 모험자본의 투자를 받는 비상장 상태에서도, 심지어는 코스닥 등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공개기업이 된 후에도….

그런데 로버트 랭어 교수는 본인의 실험실에서 나온 연구결과물의 특허를 중심으로 창업하되 대주주가 아니고 기술, 즉 특허만 제공하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설립된 바이오텍사의 기술자문 등으로 자문하는 형태를 취한다. 바이오텍사는 설립 초기부터 신약 혹은 약물전달 관련 바이오텍사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연구자 및 경영자들이 주도하고 플래그십벤처스와 같은 모험자본들이 펀딩을 하면서 주요주주가 된다.

철저히 분업화하면서 '기초연구' '회사 초기 설립단계' '성장단계' '상장 후 단계' 등 단계에 맞는 전문경영인들과 연구·개발진이 합류하고 각자가 잘하는 분야만을 담당하는 형태로 미국 바이오텍 창업생태계는 발전해왔다. 국내 창업가들과 전혀 다른 형태의 바이오 전문 자본가로 로버트 랭어 교수는 성장한 것이다. 한편 지금도 꽤 많은 바이오텍사에 기술자문 혹은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그 경험들을 전파·발전시킨다.

한국의 수많은 바이오텍사를 포함해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좋은 화두를 주는 사례다. 한번 창업가면 영원히 대주주면서 회사 경영자로 전업해야 하는 한국 바이오 생태계와 기업의 성장단계별 철저한 분업을 통해 세계적 기업을 키워내고 소액주주면서도 부를 쌓는 미국의 바이오 생태계…. 어찌보면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야 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삶과 한두 개 장점만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서 삶의 대비이기도 하다.

연간 바이오분야 벤처투자가 1조원을 넘어서고 수백 개 바이오텍사가 설립된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이제 개별 기업이 잘하기 위한 화두 외에도 생태계 전반의 개선을 위한 화두 제시와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자본가인 로버트 랭어 교수를 보며 국내 생태계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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